늑대 아이 - 아름다운 성장 영화 / 호소다 마모루
내 아이가 남들과는 좀 다르다면 어떨까? 남들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볼까? 괜찮을까? 이 아이들은 잘 커 나갈 수 있을까?
언제나 잘 웃는, 그러면서도 내성적이어서 대학에 가서도 친구를 그다지 만들지 못한 여대생 [하나(花)]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친구를 만납니다. [그]는 늘 목 언저리가 늘어난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강의실 뒷자리에 앉아서는 열심히 필기를 합니다. 먼저 다가선 것은 하나였죠. 출석표를 내지 않으면 출석이 인정안되니 표를 내라며 가져다 준 하나에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이 학교 학생이 아니야. 불편하다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께."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하나의 친절에 그도 마음을 열게 되죠. 둘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어느날 그는 그의 오랜 비밀을 하나에게 털어 놓습니다. 그는 늑대인간이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하나에겐 그가 늑대인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나 봅니다. 사랑앞에선 늑대인간도 그저 여러가지 중요하지 않은 사항 중 하나 였던가봐요.
점차 가까워진 그들은 동거를 시작하고 아이를 갖게 됩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아기까지. 힘든 생활이지만 그들은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갑니다. 첫째인 유키(雪)와 둘째인 아메(雨)가 연이어 태어났죠. 초보 엄마 아빠에다 늑대인간의 아이인지라 낳는 것부터가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둘다 건강히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사고를 당해 죽었던 것이죠. 두 아이의 엄마인 하나는 너무나 슬펐지만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고 그에게 다짐합니다. 이 때부터 엄마와 두 아이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지요.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 감독
- 호소다 마모루
- 출연
- 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오오노 모모카
- 정보
-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셨던 분들은 대부분 지브리 스투디오의 작품들을 보셨을 거에요. <원령공주>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것 말이죠. 이 에니메이션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인데, 화면의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실제에 가까운 아름다운 작화로 화면에 비춘 꽃과 나무와 숲과 산과 하늘과 구름과 비와 폭포, 그리고 눈.
날씨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바뀌는 사물들의 색을 표현해내고, 눈과 구름의 질감마저 잡힐 것 같았죠.
비와 바닥에 고인 빗물, 흐르는 폭포, 강물, 유리잔에 담긴 물의 표현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지브리 스투디오의 화창한 색감도 좋지만, 마모루 감독의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풍경은 더욱 감탄하게 만드는군요. 팬이 될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화면만이 아니었어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어찌나 잘 그렸는지 유키와 아메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 웃음짓게 되지요. 그러면서 그 뒤에 숨겨진 메시지을 알게되니, 아 이 에니메이션 정말 아름답구나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홀로 남은 엄마 하나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늑대아이들 때문에 결국 시골, 시골 중에서도 산속까지 들어가 살게 됩니다. 막일은 해본 일 없는 하나가 집을 고치고 밭을 일구고 새 일을 구하게 하는 힘은 모성애겠죠.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도 순수한 그녀를 돕고 싶어졌나 봅니다.
그러나, 숨기려고 해도 완전히 평생 숨길 수는 없지요. 유키가 학교에 가게되면서 남들과는 자기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낙천적인 유키는 잘 적응해 갔어요. 아메는 그렇질 못했고요. 그래서 한 번씩 학교를 빼먹기도 했죠.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는 아이들에게 야단을 치지 않더군요. 화내지도 않고요. 자꾸 늑대로 변해서 속을 썩이지만 그게 본 성품이니 어쩌겠어 하는 표정으로 한 숨만 쉴 뿐, 항상 아이들을 감싸 안아줍니다. 좋은 엄마에요.
유키와 아메는 어려서 달랐던 성격대로, 커 가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유키는 스스로를 인간이라 생각하고 더욱 인간처럼 살게되고, 아메는 스스로를 늑대라 생각해서 늑대의 길을 가게 됩니다. 하나는 자기 품을 떠나는 아이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제 갈길을 가도록 놓아주었죠.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고 어른이 되어갑니다. 어떻게 어른늑대가 되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럽던 하나는 결국 스스로 그 길을 찾아냈군요.
이 글 처음에 썼던 질문과 걱정들은 항상 하나의 머리속을 떠나질 않았을 거에요. 현실에서도 하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엄마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우리 아이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데, 남들은 어떻게 볼까? 잘 적응할까? 훌륭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의 다른 점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죠. 엄마 아빠의 눈에는 정말 어여쁜 자녀지만, 사회에 나가면 어떨까 하는 점은 큰 걱정거리가 될거에요. 하지만, 엄마 하나처럼 사랑과 관심으로 잘 돌보아 준다면, 유키의 친구들처럼, 하나의 이웃들 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잘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의 길을 가려고 한다면 조금 불안하더라도 그 길을 인정하고 놓아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거에요. 우리 사회가 그렇게 험하지만은 않거든요.(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럴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