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 감독 워쇼스키 남매를 알게 된 것은 (이 때에는 워쇼스키 형제였음)의 유명세 덕분이었다. 이 때에도 빨간약 파란약으로 대표되는 인식에 관한 문제 제기가 동양의 철학관과 관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장자를 읽어보았던 것이 아닌가 지금도 생각한다. 이 영화 에서는 윤회론적 세계관을 빌려왔는데, 당연히 불교의 영향을 떠올린다. 빌려왔다고 표현한 것은 이 영화는 윤회 그 자체에 관한 영화라기 보다, 윤회라는 (서양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개념과, 같은 배우가 시대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하는 신선한 트릭을 통해서 역사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고대에 일어났던 일이 중세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라는 일종의 예언과 같은 영화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 [독자 여러분께]란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나는 이 연작의 전체 제목을 로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의 라틴어역에는 역사나 이야기를 뜻하는 '히스토리아'나 '메모리아' 대신, 결국은 같은 뜻이겠지만, 나는 굳이 '게스타이'라는 낱말을 사용했습니다. 'RES GESTAE POPULI ROMANI', 즉 '로마인의 여러 소행'을 쓰고 싶다는 것입니다. 집필의 방향을 이렇게 삼은 데에는,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윤리 도덕도 심판하지 않고, 인생 무상을 숙명으로 짊어진 인간의 행적을 추적해 가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어떠한 윤리나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은 이해하지만, 저자가 배우고 익힌 사상과 윤리, 사고방식의 바탕색은 ..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15권으로 완간된 것이 벌써 6년이 넘은 이 시점에, 내가 주로 찾는 온라인서점에서 싸게 판다길래 덥썩 사서 읽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한 번 읽어야지 벼르던 것이다. 세계사 시간에 글자로만 있던 역사가 다시 눈 앞에 나타나고,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 사이의 관계와 흐름이 나타나니 더 재미있다. 저자도 말했지만, 역사는 최고의 오락이다. '남의' 역사는 말이다. 1권의 부제는 . 로마의 건국과 공화정으로의 이행, 이탈리아 반도의 평정까지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저자 서문에서)" 로마인이 다른 민족들보다 번영을 누릴 수 있을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