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99수를 기념하는 포스팅입니다.



    매주 2화씩 꾸준히 올라오는 윤태호 작가의 만화 미생.


    너도 나도 재밌다길래, 윤태호 작가라길래, 참고 참아서 완결된 후 보려했건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예고편부터 정주행 했다. 그 때가 90화 전후였나? 그 이후로 감질맛에 슬퍼하는 애독자가 됐다.


    프로기사에 도전했다가 미역국먹은 주인공 '장그래'가 계약직 상사맨이 되면서 겪는 회사원의 일상을 그린 웹툰이다.

    벌써 99수(바둑 관련 만화라 1화, 2화가 아니라, 1수, 2수)에 이르렀으니 거의 일년 가까이 되었네.


    100수가 되기전 99수에 맞추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제목에 있다.

    아닐 미未, 날 생生.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오래된 놀이인 바둑의 '대마불사', '무리수'와 같은 용어들은 일상에 스며들었는데, '미생마' 역시 꽤나 유명한 바둑 용어이다.

    소시적에 기원에 한 달 구경다닌 기력으로 이야기해 본다면, 미생마란 완전히 살아있는 2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의 바둑돌들이다. 완전히 살아있는 2집을 확보해야 상대의 돌을 어떻게 놓더라도 그 집을 둘러싼 돌들은 잡히지 않게된다.(이 조차도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1집으로는 완전할 수 없음이라니.)

    그래서, 포스팅도 100수가 꽉 차기 직전, 미생의 상태에서 써본다 :)


    바둑에서 따온 제목 <미생>의 의미는 만화를 보면 조금씩 감이 온다. 

    정규직이 되지 못한 주인공 장그래의 처지가 미생이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네 일상이 모두 미생아닌가.

    내일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기 위해, 오늘 그 보다 더 큰 걱정을 않고 사는 것이 초동급부. 내일에 대한 공포가 있는 모든 이들이 '미생'이다. 능력자 '오팀장'도 눈이 뻘게지도록 일해야 내일의 걱정이 덜어지는 미생들 중 하나일 뿐.


    이 만화의 재미 중 하나는 한 수, 한 수 조금씩 다른 의미로 우리들 토닥거려주는 힐링 메시지다. 

    랜덤으로 선택한 55수 한 컷 보면..



    맞다. 열심히 일한다 함은 신의 건강에도 충실함을 포함한다.


    한 수, 한 수 복기해보면 그 메시지가 모두 우리 미생들을 치유하는 메시지란 느낌이 든다.

    이 만화가 인기와 생명력을 얻는 이유는 바로 실제 우리 일인것 같은 현장감, 기시감, 그리고 힘든 우리를 깨우쳐주고 토닥거려주는 따뜻한 마음씨에 있는 것 아닐까.


    나는 이미 윤태호 작가의 <야후>, <이끼>, <내부자들>을 보았는데, 사실 전작들의 사회에 대한 시선은 날카롭고 불편하다. 작가 스스로가 한국 사회의 '내부고발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듯하다. 그러나, 재미가 없고 따분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색다른 소재와 시선이 신선함을 주었기에 모두가 추천작이다.


    반면, 이 만화는 훨씬 따뜻하고 온화하다.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이끼>의 이장과 같은 본질적 악한은 없다. 작가의 변신이다. 그래서 보기도 권하기도 편안하다.


    업무에 지쳐 피곤한 자, 스스로 미생이라 여기는 자, 윤태호의 <미생>읽으시라. 서점에도 있다.(나도 완결과 동시에 한 질 구매 예정이다)


    그리고, 보너스-윤태호 작가 인터뷰 : 미생, 판 위에서 비틀거리는 인생(링크)

    Posted by 김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