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제일 즐거운 일 중에 하나는 딸의 재롱입니다. 걸음마를 시켜주느라 어깨를 붙잡고 걸어보게 하느라면 꺄르르 웃으면서 재밌어하는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납니다. 떼를 쓰느라 도리질치는 것마저도 귀엽고, 엄마 목을 감싸 안는 건 더 말할 나위가 없죠. 이런 귀여운 딸을 ‘잘 키워보자,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더 잘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죠. 그런데, 이런 부모의 사랑이 흘러가는 길은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엄격한 부모, 관리형 부모라고 할 수 있는 <타이거 마더> 의 저자 ‘에이미 추아’식 부모가 되는 것이고, 또 다른 한 방향은 오늘 소개하려는 책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 박혜란 식의 ‘믿어주는 부모’입니다. 경제로 치면 계획 경제와 자유 주의 경제라고 할까요? 부모가 컨트럴 타워가 되어 자녀의 앞날을 계획하고 계획에 맞추어 교육하며 잘못하면 야단치고 정해둔 길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부모가 전자이고, 자녀가 자라면서 스스로 계획하고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후자의 부모라고 할 수 있죠. 에이미 추아와 박혜란은 동양의 엄마라는 점, 엄마가 캐리어 우먼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에이미 추아와 박혜란의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또 직업이나 경제 사정, 조부모의 도움 등 현대를 사는 부모들의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변수는 무궁무진하죠. 그래서 딱 두 가지 길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방향성을 정할 수는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의 자녀 교육법이 옳은 것일까 고민이 하신 분, 많으실 겁니다. 두 책을 모두 읽어보면 정답이 나올까요? 아마 정답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에이미 추아가 아니며 박혜란도 아닙니다. 또, 우리 자녀들이 소피아나 룰루, 또는 가수 이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똑같이 키울 수도 없고 똑같이 키울 필요도 없죠. 다만, 양극단에 있는 두 어머니의 교육 방식을 잘 파악하여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그 가운데의 어떤 지점에서 우리 자녀를 키우는데 가장 좋은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가고 싶은 길 역시, 어느 한 쪽이 아니고, 또 두 엄마의 한 가운데에 있지도 않습니다.
    언듯 생각하기엔 타이거 마더가 자녀에게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붓고, ‘믿어주는 부모’는 자녀를 그저 그대로 놔두기만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느낌의 이야기들을 자주합니다. 스스로 자라도록 했고, 저자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고도 했죠. 하지만 ‘믿어준다는 것’은 그냥 놔두는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그냥 놔두어서 잘 큰다면 참 편하겠지만, 인간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 필수적인 사회적 동물입니다. 
      

    제 나름으로 정리하자면 사랑과 관심, 그리고 믿음을 바탕으로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며, 부모가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 간접적인 방식의 교육을 하는 것이 저자의 교육 방식입니다. 이렇게 키우려면 화가 버럭나도 감정을 억제하고 잘 타일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를 좋아하게 하려면 부모가 공부도 해야하고, 독서와 운동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부모가 독서와 운동을 해야합니다. 에이미 추아와 박혜란은 방식만 다를 뿐, 모두 자녀들에게 큰 사랑을 줬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가 잘 자란 세 아들이라 생각합니다. 


    ‘잘 자랐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저자는 한 마디하고 있습니다. 아들들을 자기 방식으로 키우는 과정에서는 나쁜 엄마라느니, 나중에 후회한다느니 하는 말들을 했다가, 나중에 세 아들이 모두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좋은 엄마로 등극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고 했죠. 저자는 아마도 아들들이 서울대학교 가기 전에도 잘 자라 주었고, 그 이후에도 잘 자라 훌륭한 성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또, 만약 서울대학교가 아닌 다른 대학에 다녔어도 마찬가지로 생각했을 겁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가짐으로 키운 자녀여서 잘 자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학교’가 자녀 교육의 기준일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 대학 덕택에 이 책을 쓸 수 있었겠죠. 

    조만간 박혜란의 다음 책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읽을 생각입니다. <믿는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썼을 때의 저자는 40대 중반 쯤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60대가 되셨죠. 사실, 그 사이에 더 숙성된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이 새 책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부터 읽게 된 이유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은 부부가 같이 읽으면 더 좋을것 같네요.




    Posted by 김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