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료를 접고 서울에 집회차 다녀왔습니다. 천연물신약 반대 집회였지요.


    한약을 캡슐에 담아 10초만에 신약개발하기 퍼포먼스



    왜 1만여 한의사들이 생업을 그만두고 집회를 하게됐는지 상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거든요.


    우선, 이 천연물신약이 뭔지 한 번 알아봅시다. 

    천연물신약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볼까요?


    한약재 중 하나인 팔각회향에서 추출한 '타미플루'를 출시한 로슈는 2009년 상반기에만 9억 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하네요. 유명한, 그리고 유일한 신종플루 치료제이죠.(사실 유럽에서는 이 약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탁솔,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이 유명한 천연물신약이죠.


    이런 멋진 예시가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미래는 천연물신약에 달렸다'고 외치며 9천억원의 세금을 투입하여 개발에 나서게 됩니다. 


    그러나, 천연물신약이 쉽게 나오는 것이 아니죠.

    우리나라 제약회사의 규모를 따져보자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비하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아야겠죠. 

    그래서인지, 1조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신약을 개발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과는 내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편법을 쓰게 됐나봅니다.
    '한약을 캡슐에 넣거나 타블렛으로 만들어 천연물신약이라고 하자.'


    천연물신약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천연물 신약이란 육상 및 해양에 생존하는 동ㆍ식물 등의 생물과 생물의 세포 또는 조직배양산물 등 생물을 기원으로 하는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연구ㆍ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ㆍ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 제2조)


    천연물신약들은 이 정의에 잘 부합될까요? 여기서 천연물신약의 하나인 레일라정을 살펴봅시다.


    레일라정은 모과가 주성분인 ‘활맥모과주(活脈木瓜酒)’입니다. 그냥, 활맥모과주인데 정제로 되어있는 것이죠. 활맥모과주는 배원식 선생님이 관절염치료를 위해 처방했었고, 이미 공개된 처방입니다.(아름다운 사연이 좀 있습니다.)



    드러그인포에서 검색해봤더니, 원방 그대로 재료가 나오고, 추출방법도 원방 그대로 알코올 추출입니다. 약효도 당연히 같지요. 뭐 하나 다른 것이 없어요. 어떤 조성성분이 새롭고, 어떤 효능이 새로운지 알 수 없네요.

    게다가 이 처방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하는 '배원식 한의원'에서는 개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군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신바로'라는 천연물신약이 있습니다. 



    신바로는 '자생한방병원'의 처방인 '청파전'의 카피입니다.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청파전의 건조 엑스제이죠.

    자생한방병원 측에서는 논란이 발생하자 발표했습니다.

    "신바로캡슐은 한의학의 원리에 맞게 개발한 것으로서 한의학의 육성 · 발전과 과학화를 위해 추진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의사들에 의해 처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짜 신약 개발에 9000억원의 세금이 낭비됐습니다. 이런 개발이라면 훨씬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도 가능했을 겁니다. 게다가, 건강보험공단에서 우리가 낸 건강보험료로 이런 천연물신약의 처방을 보조해주고 있죠.


    사실, 이 정도 품질을 가진 새로운 한약이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규정에 막히고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에 막혀 기존에 있던 한약제재는 계속 외면받아 왔고, 제대로 형태를 갖춘 신약이 나왔는데, 이것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게 되었군요. 


    그러면, "이 약 의사가 처방하면 되지 않느냐? 아니면, 같이 써도 되지 않느냐?"하실 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다음번 포스트에서는 천연물신약을 의사가 처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다룰 겁니다. 


    천연물신약은 새로운 한약제재로 계속 개발되고, 한의사에 의해 사용되면 국민 건강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천연물신약, 한약의 새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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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김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