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연휴 가족들과 함께 본 영화 7번 방의 선물.


    본 사람의 숫자로 영화를 평한다는 것은 참 조악하지만, 아무튼 이미 7백만 명 넘는 사람이 본 영화란다.


    배우 류승룡이 지적장애인이지만 딸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빠 용구의 역으로 열연했고, 7살의 정말 귀여운 딸 예승의 역할은 실제 7살인 갈소원이다.


    초반에는 약간은 어색한 예승이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말 아빠와 딸 같은 모습에 딸 바보란 단어가 괜히 생기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영화의 줄거리 자체는 사실 뻔한 '감동의 눈물 줄줄'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 스토리 사이에 들어간 오밀조밀한 사건들이 감동을 준다.


    <이후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예승의 면회 장면.

    감독이 의도한 눈물 장면은 이 다음이었던 것 같지만, 나는 면회 온 예승이가 잘 먹고 다니는지 걱정되서 냉장고에 뭐 들었는지 하나하나 챙기는 용구의 모습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지금 생각해도 (자기는 제쳐두고) 딸만 생각하는 그 모습이 생생하다.


    뉴데일리 기사에서 퍼온 사진. 딱 이 때였나? 확실하지 않다.


    이런 두 주연의 연기를 살려주는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나다. 

    연기파 조연들 반쯤은 모아 놓은 듯한 종합 선물 세트 7번방 동기들 덕택에 무뚝뚝한 아버지들도 많이 웃었으리라.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전직 조폭 소양호(오달수 분)는 그 전까지 보여줬던 카리스마와 반대로 쩔쩔매는 모습이 우습고 안쓰럽다. 강만범, 신봉식, 서노인 등 자신의 전과와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들 역시 여기저기서 웃겨준다. 


    덜 웃긴 조연인 교도소장(정진영분)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는 용구, 경찰청장과 함께 3명의 아버지 역할 중 하나를 맡았다. 용구에게 복수를 결국 해낸 경찰청장과, 용구의 인성과 진실을 알게되면서 오히려 용구와 예승을 돕는 교도소장. 누가 과연 행복할까.

    용구를 처음 만날 때의 딱딱한 표정에서 말미의 국민참여 재판 과정과 결과를 통해 더욱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변한 교도소장. '복수로는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며 남을 돕고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에 가깝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알려준다.


    영화는 현실의 문제도 놓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용구가 죄 없이 구속되고 마침내는 사형이 선고되는 그 과정은, 줄 없고 힘 없는 자에게 법과 그것을 둘러싼 시스템이란 것이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 말한다.

    물론, 사고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경찰청장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불행한 사건- 즉,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청장이 말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용구를 몰아붙이고 상세한 조사없이 피고인으로 만들어 구속까지 한 달음에 이르는 것은 결국 지금 우리나라의 검경과 사법부에 대한 에두른  비판일 수 밖에.


    단순한 가족영화라 평하기엔 조금은 더 의미있는 <7번 방의 선물>, 괜찮다 :)



    7번방의 선물 (2013)

    9.2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01-23

    Posted by 김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