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김현정 저
꽤나 도전적인 제목의 책이다.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그걸 쓴 저자는 세브란스가 배출한 최소의 여성 정형외과 전문의이고, 대한민국 1호 여성 정형외과학 교수란다. 최초에 도전했고 성취를 이룬 강인한 의사가 쓴 제목이 "의사가 수술받지 않는다"라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어찌보면 참으로 당연한 고민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 그러나 이때까진 말로만 들려오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냈다는 것의 이 책의 의의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의의는 이런 제목의 책을 '의사가 썼다는 점'
한 의사가 다른 의사들과(또는 다른 의사들이 하는 이야기와)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점이겠다.
Agnes Clinic, Tomath Eakins 미국 1844-1916
어째서, 의사가 이런 내용의 글을 쓰는 것이 이슈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환자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수술을 권하는 상황을 더욱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의사들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수술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999년 1만5000건 남짓하던 척추 수술 환자는 10년 남짓한 사이에 10만 건을 넘어섰다. 6배 넘게 증가했다. 이쯤 되면 ‘폭발’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환자들에게 하지 않을 뿐. 이 책이 책이 신문에도 날 만큼 화제가 된다는 사실은, 여태까지 의사들의 스탠스가 어떠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많은 의사들이 이 책에 동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몇 구절 인상깊은 구절을 옮겨본다.
"왜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처방을 자신을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았을까?"
"엑스레이를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보인다"
"90년대 접어들면서 '근거주의'가 대두된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중략) 근거는 혹세무민을 예방하는 인권보호 장치로 등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으로의 진입 문턱이 좀더 복잡해지고 통과하는 데에 시간이 좀더 걸릴 뿐, 자본 앞에서는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약 4단계(실손 의료보험)와 5단계(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의로보험) 사이쯤에 와 있는 것 같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전국민 의료보험은 부자들은 빠져나간 자리에 민간보험을 차마 못 드는 가난한 사람들만 남아 끼리끼리 돕는 소위 '민망한 보험'으로 전락할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아직 미未'자를 써서 '미병未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중략) 이미 병들고 나서 치료하지 말고 병이 들기 전에 다스려라."
한의학을 인용한 점도 재미있고, 한의사처럼 일부분(엑스레이)를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통찰해 보려하는 점도 재미있다. 또한, 현재의 보험현실과 의료자본에 대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있으며 이를 널리 알리려 한다는 점, 좋다.
다만, 수술 권유를 많이 받으나 실제로는 피해야할 사례 등을 들어 실질적인 상황 대비를 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또, 원제 <0차 의료 해법과 의료 미니멀리즘"처럼 0차 의료에 관한 실천적인 내용을 다루었으면 하는 것은 독자의 욕심이겠지.